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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재구성

모순 - 양귀비

필기 노트 2018. 2. 10. 18:18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상처는 상처로밖에 위로할 수 없다....




 우리가 고3때 말이야, 수험에 지쳐 나도, 너도 힘들어 한 적이 있었지.. 그때, 한창 이유도 없이 우울하고 모든 것이 다 부질없어 보일 때,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슬프고 불행한 것만 같다고 느낄, 암울한 무렵 몇 번이고 새겨보게 만든 글귀야.  사실 누군가가 힘들고 지쳤을 때 으레 하는 위로들 있잖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다른 사람들도 너 만큼 힘들어...
 그때 네가 그랬었지. 정말 힘들면 세상이 다 삐딱해 보여서 저런 위로들에도 코웃음만 나온다고. 그래. 자기 일이 아니라고 말은 쉽지. 그런 말은 내게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아. 라고.


 그 무렵 본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이란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본 저 글귀는 왠지, 그런 착하디착한 도덕책에서 나올법한 말들과는 달랐어.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라니! 세상에..

  우리 가끔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하는 ‘너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야’라는 식의 말이잖아. 처음엔 조금 뜨끔했는데 저 말 참 끌리는 데가 있어 잘 생각해봐! 왠지 아니다싶은 느낌이 드는 건 우린 착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슬퍼해줘야만 하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깊이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우리도 저 말처럼 생활하고 있는걸.. 장애인들이나 소녀가장들의 예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열악한 저들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우리야 못할게 뭐있는가. 혹은 저렇게 힘든 상황이 아닌 평범하고 일반적인 삶을 사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라.. 하는 말들. 그게 ‘남의 불행으로 나의 불행을 위로하는 행위’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말 아니겠어?


  사실 저 글귀나 내가 한 말들이 ‘모순’의 중심적인 내용은 아냐.. 하지만 저 글귀에 묻어나는 어떤 처절함. 냉정함. 그런 게 소설 전반에 흐르고 있는 건 맞는 거 같네. 어떻게 보면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로 행복을 얻는 게 아니라 불행으로 행복해 진다는 것도 모순의 하나일까?




 어쨌든 주인공 안진진.(주인공의 이름부터 의미심장하지..진지하고 진지한 이름인데 ‘안’자가 붙어서 뜻을 뒤집어 놨잖아?) 의 평범한 삶속의 이야기가 뭔가 읽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사실 그리 평범한 것 같지도 않구나. 진진은 학생시절 이미 가출경력이 있고 삐딱하게 자란 여인인데다 동생은 어설픈 조직 보스 노릇을 하며 문제나 일으키지.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쌍둥이인 진진의 이모와 겉모습과 성장은 같았지만 결혼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 그런 어머니가 있는 가정의 이야기니까. 사실 읽으면서 소재가 조금 억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들더라고. 그런데 그 속에 녹아있는 삶의 모습은 조금도 현실과 다르지 않아. 주정뱅이 남편의 매 맞는 아내인 진진의 어머니와 성공한 사업가의 사모님의 삶을 사는 이모.(진진의 어머니의 동생이겠지?) 누가 더 행복한 삶을 살까? 물론 이모의 경우라고 대답하겠지..나도 그랬고 소설 속에서의 진진의 눈에도 진진의 어머니에게도 모든 세상의 눈에도 이모의 고상한 삶이 더 아름답게 그려지기도 해. 너라면 아마도 동시에 태어나 같은 얼굴을 지닌 쌍둥이 자매인데 어느 순간 갑자기 한명이 두 사람의 행복을 모두 가져가 버리고 남은 한명이 불행만을 떠맡게 된다면 너무도 억울한 일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몰라. 하지만 이모는 ‘내 삶은 지루하고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해.. 누구에게나 행복해 보이는 이모는 정작 자신은 불행하다고 느끼고 오히려 누구나 딱해하는 진진의 어머니의 삶을 부러워하지.


 그런 거야..세상은 눈은 자신의 눈과 달랐어. 행복이 불행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행복이 되기도 해.. 어떤 삶을 선택하든 두 가지는 동시에 오게 되어있는걸. 다만 어떤 종류를 택하게 될 건지가 내게 달려 있는 거지.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관찰해온 진진은 그런 삶의 모순을 깨닫게 되지. 두 사람의 삶이 완벽한 예잖아? 그리고 지금 그녀 앞에 있는 두 남자는 어쩌면 앞서 살아간 두 여인의 모습을 결정지은 사람들의 모습과 닮았어. 미래는 조금 짐작될 수 있는 거지. 진진은 어떤 삶이 좀 더 그녀에게 유리한 길인지 생각해볼 시간을 갖았을 거야. 어머니와 이모를 보면서. 하지만 결국 그녀의 선택은 비극으로 끝난 이모의 길 쪽으로 선택했지... 결국 삶은 모순이라는 말을 하려는 건지.






 ‘단조로운 삶은 역시 단조로운 삶만을 약속한다.’


  이 글귀역시 이 책속에 있던 거야. 네가 저번에 그런 말을 했었지? 나는 큰 행복을 얻기 위해 힘든 길로 가야할까, 조금 덜 괴로워하고 작은 행복에만 안주해야 할까. 그 말 들으니깐 생각이 나더라, 저 글귀. 아마 너도 이 책 본다면 아주 좋아 할 거 같아. 네가 고민하던 것과 비슷한 것들이 곳곳에 묻어있거든. 네가 조금 덜 힘들어 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실수는 되풀이 되는 거고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 거래.

 

  내가 백번 얘기하는 것보다 네가 직접 읽어 보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 수 있으니. 이 책이 너에게 힘이 되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힘내! 네 상처를 고치기 위해.. 필요하면 내 상처를 빌려 줄 수도 있으니까..

언제든 연락하구!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을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상처는 상처로밖에 위로할 수 없다


세상의 숨겨진 비밀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몹시 불행한 일이다
그것은 마치 평생동안 똑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식이요법 환자의 불행과 같은 것일 수 잇다


단조로운 삶은 역시
단조로운 행복만을 약속한다



인생은 짧다
그러나 삶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



사람 심리라는 것이
공으로 얻은 것에는 애착이 덜한 법이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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